1996년에 시작된 Default 라는 모임이 벌써 20년이 넘게 지난 긴 역사를 가진 학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 학교에 있는 후배님들의 덕분이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게 됩니다.
박정민, 최용봉(제어계측공학 '94) 두 명의 선배님과 본인 장병돈(전자컴퓨터 '96)이 함께 지낸 96년 여름방학의 기억이, 97년 3월 신입생을 뽑아보겠다며 혼자서 대자보를 붙이며 다닐 때의 기억이, 첫 모임에 찾아온 많은 97학번 후배님들을 만난 날의 기억이, 학회방이 없어서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생긴 작은 공간에서부터 현재의 학회방을 갖게 된 기억이, 축제 기간에 모두가 잠든 뒤 한 주점의 테이블을 들고 와 우리 학회방에서 사용하게 된 기억이, "훌륭한 공학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회칙 초안을 만든 기억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라서, 다른 모임에서 가봤던 춘천 중도로 떠났던 첫 MT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학교의 빈 땅에 Default 건물도 세우고, Default인에게 최고의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고, 회장단에게는 장학금도 줄 수 있는 그런 모임을 꿈꾸었으며, 신생학회였던 우리 Default와는 다르게, 그 당시 아주 큰 규모의 모임이었던 다른 학회들이 몇 년이 지나, 주축이 되었던 인원들의 졸업/입대 등으로, 4~5년 주기로 학회의 선후배 간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Default는 5년, 10년, 15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그 연결고리가 더욱더 단단하게 이어져서, 중간에 주춤할 때가 있더라도, 큰 방향성이 늘 성장하는 학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 20여 년이 지난 2017년 현재 어떤 모습인가요?
20여 년 전, 지금 생각해도 참 이루기 어려울 거 같은 허황된 꿈을 그리며 지냈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젠 나이가 들어 그 어린 시절의 꿈보다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아지며,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더 줄일 수 밖에 없는 그런 40대가 되어버린 선배로서, 어떤 메시지를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이 글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Fly away home(1996년 작) 이라는 영화를 2017년 2월이 되어 처음으로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연히도 우리 학회가 시작된 1996년에 나온 영화인데,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다른 나라에 살던 여자아이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빠가 사는 캐나다 (시골)로 돌아와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던 중에, 자신의 처지와 유사하게, 서식지가 공사로 파괴되어 부모로부터 떨어진 Canadian Goose 알을 발견하고, 직접 부화시키고,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경량 비행기를 만들고, 조종하는 법도 배워서, 그 새들과 함께 또 다른 개발로 파괴될 뻔한 철새 도래지까지 안전하게 비행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철새 도래지의 환경파괴까지도 막을 수 있었다는 줄거리의 영화입니다.
이미 사회에 진출해서 각 회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거나, 아직 학교에서 학업 중인 선배 된 Default 인들의 마음이, 저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를 바래서가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방금 알에서 깨어난 새들에게 최종적으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 여자아이처럼, Default라는 이름 아래에 모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후배들이 함께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인생을 살아가며 함께 하는 동반자적인 Default 인이 되어가는 우리의 모습인 거 같았습니다.
끝으로 항상 우리 Default 인들은 "먼저 자신의 발전에 힘쓰는 공학인," "자신이 몸담은 학교, 직장의 어떤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해 남다른 성과를 내는 공학인" 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Defaultian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는 날을 꿈꾸며…
Default의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캐나다에서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5월 1일
훌륭한 공학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 1기, 1대 회장 장병돈 드림
Byung Don Jang, P.Eng.